통섭을 복기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잘 읽는 편이 못됩니다. 저랑 연구실에 함께 있는 한 선배는 난독증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 저는 속독이나 스크린 상의 글을 잘 읽는 편이 안되서 교수님들이 읽기 숙제를 내어주면 보통 학생들의 두배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책의 내용을 완전히 알려면 책을 두세번 읽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뜻인지 베껴써야만 완벽히 알수 있는 저주스러운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메일을 읽을때도 너무 마음대로 건성으로 읽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통섭을 중요부분을 복기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하루에 15분 정도 투자하는 거고, 주말에는 조금 더 하는 정도로 시간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왜 많은 책들 중에서 통섭인가 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원래 제가 하려던 스튜어트 밀 식의 독서 방법으로 삼았던 리스트들이 철학서적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는데, 변화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독서과정을 통해서 제 사고의 OS 즉 기본 체계를 바꾸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철학으로 접근하면 플라톤 시대때부터 중요한 사조들을 주욱 훑어서 와야 하는 반면, 뇌과학이나, 진화심리학의 서적을 읽으면 길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철학이라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를 스스로 구축하는 역사의 흔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방대한 독서 리스트를 보면 하나의 사조만을 익히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사조가 다른 사조에 어떻게 시계열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해야만 철학의 다양한 사상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거죠. 또한, 서양 혹은 동양 철학이 특별한 증거와 비판에서 성숙해 가는 과정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좀 돌아가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철학의 많은 담론과 사조들은 인간의 삶의 디테일을 현상으로부터 관찰하는 한편, 그 원리를 적합하게 설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생각과 반응을 실험을 통해 되짚어 나가고 증명하며 진화라는 원리로 단순하게 현재의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보다 쉬운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책을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인문학과의 통합을 시도하려고 하는 통섭의 아이디어를 미리 읽어 둠으로써 과학과 철학의 경계사이에 있는 많은 논의와 담론들을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다고 내심 생각했습니다.
통섭이 여러 인문학자에 의해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섭 책 자체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왜 통섭이라는 아이디어가 생물학 위에서 기반이 되어야 하는지 논리적인 이유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럴듯 합니다. 사실 그럴듯 하다기 보다는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즉 , 제가 지식을 구축하는데 있어 기본 바탕으로 통섭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러 사고와 검증의 원리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이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퓰리처 상을 두번이나 받을 정도로 매우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긴 숨의 글을 짜임새있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논리적이고 설득력있게 중요한 인류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복기할만한 가치를 가진 책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최재천 선생이 이 글을 얼마나 원문에 근거해서 잘 번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제자로써 스승의 책을 번역하는데 있어 매우 책임감있게 진행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번째는 이 책이 가진 파괴력과 위력에 비해 책 자체는 매우 옵티멀하게 씌여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복기를 시작했던 플라톤의 책에 비해 논리적 짜임새와 그 분량이 적당합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의들을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책이 매우 두꺼워 질 법 한데, 적당한 길이의 논증과 주제들로 짜여져 있어 그다지 길지 않은 책입니다. 즉, 제가 하루에 15분 정도만 투자해도 길지않은 시간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네번째는 이 책이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논지와 담론들이 복기를 하면서까지 이해하거나 찾아보거나 자습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영양가 많은 논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그 다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책은 뭐... 스티븐 핑커나, 리차드 도킨스 같은 사람들의 원서를 해보고 싶은데, 영어실력이 그만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1장을 해보았는데, 글의 체계가 훨씬 쉽게 이해되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정도의 내공을 보여주는 글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해야 이런 대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일까 하는 두려움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이상은 1장 정도 진행 해본 것인데 과연 글의 구성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복기를 다 마치면, 요약한 것을 올려보도록 하여보겠습니다. 첫번째 장을 복기해보았더니 그림처럼 되는 군요. ^-^.
Posted by up4201


